10년만에 빗장풀린 화상투약기 사업.약사사회, 약 자판기 위법성 지적

2019년 복지부 조건부 제시안 전제…1인당 투약기 관리 개수 등 쟁점 남아

의약품 화상투약기 시범사업이 승인됐다.

지난 20일, 제22차 ICT 규제샌드박스 심의위원회는 화상투약기 시범사업을 승인했다.

이번 시범사업 승인은 지난 2019년 보건복지부가 화상투약기 첫 규제샌드박스 회의에서 조건부 찬성하며 내놓은 안을 반영하는 조건으로 승인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대한약사회 비상대책위원회는 회의장 앞에서 궐기대회를 열고 투약기 도입을 저지하기 위해 총력을 다했다.

최광훈 약사회장과 조양연 부회장은 이날 심의과정에 참석해 화상투약기 기술의 혁신성 부족 등 약사회의 입장을 개진하기도 했다.

하지만 약사회는 화상투약기 조건부 승인이라는 결과를 받게 됐다.

약사회는 이번 조건부 승인을 전면 거부하며 투약기 시범사업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뜻을 보였다.

약사회는 20일 성명서를 통해 “약사사회는 약 자판기 실증특례 사업이 가지고 있는 약 자판기 판매약 품목과 가격, 유통담합, 의약품 유통질서 훼손행위 등 위법성을 끝까지 추적, 고발하겠다”며 “기업의 영리화 시도를 반드시 저지해 약 자판기가 약사법에 오르는 것을 막아내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한약사회를 중심으로 전국 16개 시도지부가 단결해 약사법에 위배되는 구체적인 실증특례 조건 부여를 차단하고 단 하나의 약국에도 약 자판기가 시범 설치되지 않도록 하겠다”며 “어떤 조건부 실증특례 사업에도 협조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이번 안건 가결로 쓰리알코리아는 화상투약기 시범사업을 진행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세부적인 조건에 대한 논쟁의 불씨는 남아있는 상황이다.

앞서 약사회와 쓰리알코리아는 여러 차례 진행됐던 사전회의에서 약료데이터, 개인정보보호 관리, 화상투약기 약사의 고용형태 등 3가지 쟁점을 두고 입장차를 좁히지 못 한 바 있다.

특히, 약사 한명 당 관리하는 투약기 개수, 상담약사 고용주체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 취급 품목 등은 쟁점이 될 수 있는 사항이다.

다만, 이번 시범사업은 조건부로 승인된 만큼 앞서 복지부가 내놨던 조건을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진행될 확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복지부가 제시한 조건을 살펴보면, 고용관계의 경우 화상 복약상담·지도를 통해 판매하려는 약사는 판매시스템 설치 약국개설자와 고용계약을 체결해야 하며, 그 외 약국개설자가 아닌 자에게 고용돼서는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

또한 판매가능한 일반의약품의 범위는 △해열·진통·소염제 △진경제 △안과용제 △항히스타민제 △진해거담제 △정장제 △하제 △제산제 △진토제 △화농성 질환용제 △진통·진양·수렴·소염제 등으로 한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