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2026년 의대정원 원점 검토"...전공의 포고령 "유감"

교육부·보건복지부 의료계와 의학교육계에 드리는 말씀 브리핑

정부가 "2026년도 의과대학 정원을 제로베이스에서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의료계가 논의에 참여한다면"이라는 전제다.

전공의와 의대생을 향해 "안타깝고 미안한 마음"이라며 유감의 뜻을 밝혔고, 전공의 처단 포고령에 대해서도 "정부의 방침과는 전혀 다르다. 상처받은 전공의와 의료진에 진심어린 유감과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전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겸 교육부장관과 조규홍 보건복지부는 장관은 10일 의료계와 의학교육계에 드리는 말씀 제하로 긴급 브리핑을 갖고, 이 같이 밝혔다.

의대교육 정상화 필요성을 강조한 이 부총리는 먼저 "전공의를 비롯한 의료계에 대한 비상계엄 포고령 내용은 정부의 방침과는 전혀 다르다"며 "포고령 내용으로 상처를 받은 전공의 분들과 의료진 여러분께 진심어린 유감과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전공의들을 향해 "각각의 전문분야에서 이루고자했던 목표를 잠시 미루고, 수련 현장을 떠나 고민하고 있는 여러분들에게 안타깝고 미안한 마음"이라며 유감을 전하고 "여러분과 머리를 맞대고 수련환경 개선을 위한 협의의 장을 만들어 나가고 싶다"고 제안했다.

의대생을 향해서는 "고민하고 계실 여러분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다"면서 "이제는 학교로 돌아와 처음 입학했을 때 마음가짐 그대로 학업에 매진해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훌륭한 의료인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의료계에 적극적인 대화도 요청했다. 2026년도 의대정원을 제로베이스에서 검토하겠다는 제안과 함께다.

정부가 2026년도 의대정원 조정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 처음은 아니지만, 교육여건 등 의료계의 문제제기를 사유로 해 2035년 1만명 충원 목표 변경 가능성까지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부총리는 "정부와 의료계가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 나간다면 2026학년도 의대정원 확대 규모도 대다수 학생들이 2024년 수업에 참여하지 못한 점, 각 학교 현장의 교육여건까지 감안해 제로 베이스에서 유연하게 협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조규홍 장관은 더 나아가 기존 정원 감원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특정 숫자를 염두에 두고 협의할 계획은 없다"면서 "지금까지는 2035년 의사인력 수급 균형을 목표로 했지만 이제는 교육 여건과 각 학교의 사정 등이 굉장히 중요한 변수로 떠올랐다. 이를 충분히 고려해 협의해 나가겠다"고 했다.

정부는 이날 전공의 복귀 대책도 함께 내놨다. 동일과목·동일연차 지원 금지 규정 적용 제외와 입영 연기 허용 등이 골자다.

이 부총리는 "사직한 전공의들이 복귀하는 경우 차질없이 수련이 이뤄지도록 조치하겠다"며 "현행 전공의 수련 규정은 사직 후 1년 내 복귀를 제안하고 있으나 전공의가 사직 전 수련한 병원과 전문과목으로 복귀하는 경우 수련 특례 조치를 통해 이런 규정을 적용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또 "사직한 의무사관후보생이 수련에 복귀하면 수련을 마친 후, 의무장교 등으로 입영할 수 있도록 최대한 조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동일과목·연차 지원금지 규정은 전공의 원대복귀의 가장 큰 걸림돌로 꼽혀왔다. 말로는 전공의 복귀라지만 해당 규정이 존재하는 한 전공의들은 본래 자신이 일하던 자리로는 돌아갈 수 없었던 탓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가을턴 모집에 한해, 다른 병원에서 동일과목·연차로 재수련을 하고자 하는 경우 해당 지침을 적용받지 않도록 예외를 뒀는데, 이 또한 병원을 바꾸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어서 전공의들의 원대 복귀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었다.

이에 의료계 일각에서는 사태가 일단락되어 전공의들이 복귀를 원하는 상황이 된다면, 해당 지침을 아예 적용받지 않도록 특례를 두어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입영 특례도 마찬가지. 전공의는 의무사관후보생으로 등록되어 있어 퇴직 시 병역법에 따라 입영 대상자가 되며 일반병으로 병역을 이행할 수는 없다. 병무청에 따르면 사직 전공의 중 의무사관후보생은 3000명 정도로, 연 최대 수용인원을 고려할 때 입영에 최대 4년까지 소요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었다.

다만 이 같은 조치로 전공의들이 병원으로 복귀할지는 미지수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10일 오전 SNS를 통해 정부여당의 각종 특례 추진을 언급하면서 "정부와 여당은 아직까지도 전공의를 한낱 노동력으로만 치부하고 있다. 전공의들이 요구한 것은 그게 아니다"라며 "장애물은 무능한 여당"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