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醫, 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제도 개선 환영

단 과실 판정 기준 마련 물론 제도 보완 필요성 강조

정부의 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제도의 개선을 환영하면서도 과실 판정 기준 마련과 제보 보완의 필요성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분만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가항력 의료사고의 국가책임을 대폭 강화하는 등 의료사고 피해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내용의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및 시행규칙의 일부개정안을 24일(오늘)부터 오는 12월 3일까지 입법 예고한다고 밝혔다.

이 개정안에 따르면 보건의료인이 충분한 주의의무를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한 분만 의료사고에 대한 보상금 한도가 최대 3000만원에서 3억원으로 상향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에 대한산부인과의사회(회장 김재연)는 “산부인과의 오랜 숙원이었던 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제도가 개선된다는 점에 대해 환영한다”며 “하지만 아직 불가항력으로 최종 결정되는 사례가 지나치게 적어 과실 판정에 대한 재판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제도의 실효성이 미흡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산부인과의사회에 따르면 실제 지난 2013년 이후 지난해까지 10년간 불가항력 분만사고로 의료분쟁조정원의 불가항력의료사고 통계는 총77건 중 산모 사망건 29건, 태아 사망이 11건, 신생아 사망건 27건, 신생아 뇌성마비가 10건 발생됐다.

이러한 통계는 분만 과정에서 발생하는 의료사고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동시에 명확한 과실 판정 기준의 부재로 인한 의료 분쟁의 빈번함을 시사한다는 것.

이에 따라 의료인이 의료사고에 대한 두려움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분만으로 인한 사고의 과실과 불가항력을 판단하는 명확한 기준 마련이 더욱 시급하다는 게 산부인과의사회 측 주장이다.

산부인과의사회는 과실 판정 기준의 명확화는 의료 분쟁을 줄이고, 의료현장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는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산부인과의사회는 불가항력 보상비 증가가 과실 배상액 급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산부인과의사회는 “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제도의 보상금액 상승은 과실 보상 한도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 마련을 요구한다”며 “이는 불필요한 의료 분쟁을 예방하고, 의료 시스템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한편 일본의 경우 통상적인 임신 분만 중 발생한 뇌성마비에 대해 의사의 과실 여부와 관계없이 보상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는 산모가 3만엔의 보험료를 납입하고, 신생아가 뇌성마비로 판정될 경우 의료 과실과 무관하게 3천만엔을 지급하는 방식이다.